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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실험 046
< 도둑맞은 눈을 위하여 >
유민
2023월 11월 15일 ~ 2023년 11월 28일

감시용 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던 어느 날, 
나 – 정확히는 렌즈 - 를 바라보는 타인과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친다. 은신으로부터 생성된 권력은 발각된 순간, 쉽게 힘을 잃는다. 

《Red dot:도둑맞은 눈을 위하여》는 눈을 도둑맞은 자가 타인의 눈을 훔치는 과정을 전개한다. ‘Pale blue dot*’은 지구의 취약함과 유일성을 강조하며 공존을 장려하고 우주적 사고를 촉발시킨 기념비적인 이미지이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행동에도 끝없는 추적이 달라붙는 현재, 작가는 이 사진에서 또한 ‘촬영되는지 몰랐던 개인’이 낭만적으로 삭제되었음에 주목한다. 이러한 ‘Pale blue dot’의 변형이자 표적을 정확하게 조준하기 위한 장치를 뜻하는 ‘Red dot’은 현대의 거대한 픽셀 우주 - 인터넷 속을 유영하는 동시에 투명한 표적물로서 존재하는 ‘데이터 바디**’를 소환한다. ‘데이터 바디’로서 개인은 자신의 본체를 제어할 수 없기에, 무엇을 보고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눈은 결국 훔쳐지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도둑맞는다.

‘눈이 보이는 맹인’으로서 반복되던 제자리 걸음 속, 작가는 시선의 역행에서 발생한 시스템의 균열을 차용하여 눈을 도둑맞은 자의 생존 방법으로써 ‘마주보고-훔치기’를 계획한다. 기업, 국가 등의 이익을 위해 분석, 수집 되어 ‘도둑맞은 눈’은 그들이 설계한 이미지만을 보게 된다. 은폐된 사회적 시선과 그것이 탐닉하는 개인의 비가시화로 인해 암전되어버린 이미지 세계. 《Red dot:도둑맞은 눈을 위하여》는 시선의 역전으로 이 세계를 그려내고, 오류난 이미지의 생성을 통해 ‘은폐된 눈’을 훔칠 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칼 세이건이 NASA를 설득해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이다. 이후 이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창백한 푸른 점(1994)’를 집필했다.
**Critical Art Ensenble(CAE)이 지칭한 개념으로, 타인의 예측에 의해 제한되고 작동되는 사이버 공간 내 디지털 집합체로서의 개인을 의미한다.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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