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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ding

2026.08.22.(토). - 09.04.(금)

13:00 - 19:00

송지원, 신수와, 이송하, 홍지수

기획
맹혜림, 이유민

그래픽 디자인: 이유민
설치 도움: 이예란
주최 주관: 공간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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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ding. 대기 중이거나 처리 중이며,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뜻한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는 정해지지 않았고, 정지된 듯 보이지만 완전한 종결은 아니다. 무엇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그렇기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공존한다.
전시 《Pending》은 확약이 부재한 조건 속에서도 형성되고 이어지는 관계를 다룬다. 관계는 고정된 형태로 주어지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접촉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구성되어 그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나의 접촉이 어떠한 관계로 이행할지, 이미 형성된 연결이 어떤 양태로 지속될지는 미리 확정할 수 없다. 본 전시는 미래를 확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연결을 지속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이러한 관계적 실천을 우정으로 보고자 한다. 우정은 특정한 관계의 형태나 친밀성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존재 사이의 연결을 생성하고 지속시키는 하나의 원리에 가깝다.
참여 작가 송지원, 신수와, 이송하, 홍지수는 각자의 작업을 통해 비확약적인 관계의 가능성과 조건을 탐색한다. 실재를 확신할 수 없는 유령과 괴물의 존재를 기억으로 다시 불러내고, 낯선 타인에게 예측할 수 없는 요청을 건네며 관계의 조건을 가늠하고, 부재한 예술가의 흔적에서 출발해 그와 대화하듯 작업하고, 멀리 떨어진 도시의 소리를 통해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연결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들이 다루는 관계의 형태와 대상은 서로 다르지만, 관계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연결을 지속하고, 다시 시도한다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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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원은 드로잉과 조각을 통해 기억에서 밀려나거나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는 존재들을 다시 불러낸다. 작가는 괴담 속 유령과 정령, 설화 속 괴물처럼 실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존재들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통해 잠시나마 형체를 얻는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버려진 가구와 오래된 오브제에 밀랍으로 손과 발, 촉수 등을 덧붙여 사라져가는 존재를 호출한다. 뜨거운 열에 녹은 밀랍은 흘러내리고 뒤섞인 채 차곡차곡 쌓여 형체를 이루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갈라지고 무너진다. 이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물질의 성질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지는 존재의 불완전한 상태와 닮는다.
< Off your wishlist >(2026)는 버려진 가구에 작가가 기억하는 유령과 괴물의 이야기를 접합한 작업으로, 오래된 물건에 혼이 깃든다는 믿음을 조각의 방식으로 옮긴다. 호출되지 않은 유령과 괴물의 시간을 다룬 < I‘ve rather be sealed >(2025)는 잊힌 채 멈춰 있는 상태를 소멸이 아닌 휴식으로 바라본다. 기억과 이야기 너머에 머무는 존재들은 누군가에게 발견되거나 불려 나올 필요 없이 봉인된 시간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 protect me from outside, but please in pretty way >(2025)는 외부의 침입을 막는 단단한 창살을 유기적이고 연약한 형태로 변형한다. 방범과 안전을 위해 경계를 만드는 구조물이 제 기능을 잃은 듯 일그러지면서, 아무것도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창살 너머의 안쪽을 상상하게 만든다. < great-great...-great-grandmother’s cuckoo clokke >(2025)에서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기억으로 옮겨간다. 할머니의 집에 있던 뻐꾸기시계는 정확한 형태가 아닌 어린 시절 남겨진 감각과 인상을 따라 다시 구성된다.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흐려지고 대상의 모습도 달라지지만, 부재한 존재는 기억 속 특정한 모습에 머물며 현재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이처럼 송지원의 작업에서 이야기는 이미 사라졌거나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한 대상을 현재에 머물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러나 조각 역시 시간이 지나며 변형되고 훼손될 수 밖에 없기에, 기억은 대상을 영원히 보존하기보다 사라지는 과정 중에서도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기억하고, 잠시 잊고, 다시 불러내는 서로 다른 과정 속에서 응답할 수 없는 존재와의 관계는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며 이어진다.

 신수와는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욕망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예술을 낯선 사람과 접촉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활용한다. 이미 형성된 관계를 재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어려운 만남의 조건을 만들고, 그 안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한다. 이를 위해 타인에게 크고 작은 요청을 건네는데, 수락·거절·주저함·대화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응다블 작업 안으로 가져온다. 결과를 미리 정해두지 않은 이러한 시도는 서로에게 허용되는 거리와 신뢰의 범위를 가늠하고, 우연한 접촉이 낯선 친밀감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 Be 누(累) >(2024)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지만 서로 알지 못하는 이웃에게 작업을 설명하고, 그들의 집에서 샤워해도 되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요청받은 이웃은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하고, 작가는 동의를 거쳐 그 과정에서 오간 말과 장면을 기록한다. 허락을 받은 집에서는 이웃이 사용하던 비누와 수건으로 몸을 씻으며 직접적인 신체 접촉 없이 타인의 생활에 남겨진 흔적과 접촉한다. 사용의 시간이 새겨진 비누는 서로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을 감각적으로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그러나 < Be 누(累) >(2024)에서 관계를 만드는 것은 수락만이 아니다. 샤워를 허락하지 않은 이웃과의 만남 역시 요청과 응답이 오간 하나의 관계로 남으며, 신수와는 그 차이를 지우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접촉의 결과로 함께 기록한다. < 논쟁적 깻잎 >(2024)은 보다 일상적인 부탁으로 관계의 문턱을 낮춘다. 작가는 아파트와 지하철역, 탄천을 잇는 산책로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으며 지나가는 이웃에게 깻잎 한 장을 떼어달라고 요청한다.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깻잎을 떼어주거나, 그곳에서 밥을 먹는 이유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허용되는 친밀함의 범위를 묻던 ‘깻잎 논쟁’은 여기에서 낯선 이에게 말을 걸고 접촉하는 작은 계기로 바뀐다. 신수와의 작업에서 요청은 반드시 관계의 성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수락과 거절을 모두 가능성으로 남겨둔 채 말을 건네는 과정에서 관계는 이전과 다른 상태로 이행하고, 이러한 행위는 확신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해 연결을 시도하는 가능성이 된다.

 이송하는 직접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남긴 글과 노래를 다시 읽고 들으며, 이미 부재한 존재와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을 탐구한다. 흔적을 남긴 존재와 그것을 읽는 이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작가는 그 흔적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감각을 남긴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자신 역시 그러한 흔적에 응답하고자 한다. 과거의 예술가가 남긴 흔적은 그대로 복원되거나 재현되지 않고, 작가의 해석을 거쳐 다른 매체로 변형된다. 그가 응답한 상대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기에 작가에게 마주 응답하거나 새로운 흔적을 남겨놓을 것을 약속할 수 없다. 이송하는 이러한 간격을 단절로 바라보지 않고, 관계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조건으로 설정한다.
< 당신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2024)는 1966년 발간된 전혜린의 유고 수필집을 출발점으로 한다.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친 작가는 같은 글이 다른 시기의 독자에게 다른 감각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목재 프레임과 비즈 발을 부착한 조형물로 옮긴다. 관객이 밀거나 당기며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형태가 달라지고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이 조형물은, 전혜린의 글이 작가의 해석과 관객의 움직임을 거치며 다른 감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물성으로 옮긴다. < 길동무와 손짓들 시리즈 >(2025-)에서는 한때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다시 연주한다. 작가는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따르는 대신 개사를 시도하며, 이렇게 고쳐 쓴 가사는 김민기의 목소리가 아닌 동료의 목소리를 통해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따르는 대신 개사를 시도하며, 이렇게 고쳐 쓴 가사는 김민기의 목소리가 아닌 동료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불린다. 홀로 의도를 곱씹는 대신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동료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향한 응답을 기록하려는 이러한 실천은, 작가가 과거의 흔적에 응답해 온 방식을 다시 다른 이에게 건네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남긴 흔적을 통해 말을 건네는 일은 응답이 불가한 존재와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되는 동시에, 응답을 확신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한 연결이, 나아가 응답을 기대할 수 있는 상대를 향한 지속의 방식이 된다.

  홍지수는 소리와 공간, 건축을 매개로 서로 다른 장소와 존재가 연결되는 방식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을 탐구한다. 작가는 도시를 걷고 주변의 소리를 채집하며, 익숙한 풍경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소리를 발견하거나 서로 다른 장소의 이미지와 소리를 겹쳐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같은 소리도 그것이 놓이는 장소와 듣는 사람의 기억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기에 홍지수의 작업에서 듣고 응답하는 행위는 서로 떨어진 장소와 시간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신작 < opening and closing >(2026)은 서울 노고산동과 독일 쾰른이라는 멀리 떨어진 두 장소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기획자는 파도가 위치한 노고산동의 풍경과 소리를 작가에게 전달했고, 쾰른에 머물던 홍지수는 보내온 풍경을 관찰하며 들릴 법한 소리를 떠올렸다. 작가는 주변에서 채집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빗소리, 발걸음 소리 등을 이에 응답하듯 구성한다. 본래의 장소에서 분리된 소리들은 전시장 안에서 다시 연결되며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기간 동안 공간 전체에 반복되는 < opening and closing >(2026)은 멀리 떨어진 장소를 듣고 상상하는 일이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관계를 맺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관계의 대상을 공간과 도시, 소리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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