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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실험 050
< 써드플래그 >
최예림, 선혜림
2024년 2월 1일 ~ 2024년 2월 15일
*설연휴에는 전시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13:00 - 19:00

《써드플래그》
 
Final Ending
 
공간 파도는 2024년 1월 30일부터 2월 12일까지 림림(최예림, 선혜림)의 실험전 《써드플래그》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도전적으로 “길목”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작가가 설정한 엔딩으로의 모든 여정을 전시라는 시스템으로 구축한다. 작가는 무성의 내레이터로서 작품과 전시를 관통하는 서사를 서술하며, 이를 통해 완결과 미완결의 상태를 넘나드는 경험적 확장을 시도한다.
 
전시 제목 《써드플래그》는 서브컬쳐 게임으로부터 기인한다. ‘플래그’는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서사 매체에서 암시와 복선을 뜻하는데, 본 전시는 작가들이 마주하는 물질 세계 속 엔딩구간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돕는 ‘플래그’가 된다. 숫자 3은 음양적 이분법으로 분할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을 암시한다. 모호한 지정학적 위치를 연출한 3의 서수 ‘써드’는 ‘플래그’와 결합하여 애매해 보일지라도 어느 한 쪽으로는 치우치지 않은 새로운 인식 영역을 정의 내린다.
 
본 전시에서 최예림과 선혜림은 당면한 물질 세계를 따라 변해온 인식을 총체적으로 짚어 보게 된다. 세계에는 물질적 형상을 지닌 채 부유하는 관념들이 있다. 관념들은 마치 게임 속 아이템처럼 필요와 목적에 의해 선택적으로 발견-수집되어 인식을 위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단서들은 전시 곳곳에 회화와 조각의 형식으로 놓여 있으며,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물질 너머의 본질을 밝히고 어떤 맥락에 위치시킬지 결정한다. 이를 통해 납작해진 물질의 의미를 팽창시키며 그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포함하게 된다. 이에 최예림과 선혜림은 여정 중 중간 지점―출발과 엔딩 사이의―에서 스텝(step)을 기록하는 여러 방법론적 연구를 전개한다. 이러한 여정 속, 《써드플래그》가 그들이 내딛는 발자국의 맥락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길 바래본다.
 
최예림의 회화에는 도자기 오브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도자기는 소성 과정을 거쳐 완성되어 그 쓰임을 한다. 그러나 작가는 구워지지 않은, 즉 미완결의 사물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도자기 오브제를 화면에 담은 것을 통해 그 물질성의 공허함이 드러남과 동시에 사물을 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우리의 태도가 무력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사물의 완성되기 전 상태를 작업에 담으며 사물에게 마땅히 붙는 기대와 역할을 과감히 해체하고 외피성 너머의 본질을 탐구한다. 더 나아가 미완결에서 완결로 향하는 불명확성의 상태(statue)에 대한 인식적 태도를 재고한다. 이를 통해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명료함, 즉 엔딩을 향한 욕구가 재생산된다.

선혜림은 일상 속 범람하는 물질을 포착해 회화의 장면을 구상한다. 이때 물질은 가변적이고 임시적인 일상적 재료들의 조합으로 표상된다. 재료들은 선혜림의 화면 위에서 분해되고 다시 가공되어 납작하게 고정되는데, 이와 같은 과정으로 시각화된 물질은 그 본질로의 사유와 감각이 가로막혀 인식적인 단차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물질은 그 안에 무엇이 내포되어 있는지 파악되지 못한 미지의 상태가 된다. 작가는 이러한 미지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상의 외피와 내피라는 물리적 층 사이에서 다양한 이탈의 지점을 찾아 본질적인 상태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더 나아가 물질의 존재론적 차이에 대한 전제를 고찰하고, 물질과 그 물질의 실존적 진리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물질의 내용, 즉 진리에 해석적으로 다가가는 피상적이지만 아주 사적인, 수행으로서의 여정을 회화로 번역한다.
 
우리는 아직 엔딩까지의 여정이 남은 채 길목에 놓여 있다. 이제 어디로, 또 무엇을 위해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최예림과 선혜림은 이러한 길목으로부터 출발해 동시대 속 무수한 불확실함과 조응하며 그 여정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다. 길목에서부터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방법론적 탐구와 매체가 마구 뒤섞여 각각의 서사들이 분절되고 중첩되는 이 혼란한 상황 속에 우리는 단단히 그 축을 세우고자 한다. 이 불확실한 여정에서 확실한 엔딩을 볼 때까지. 


글 : 이유민
디자인 :  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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