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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실험 042
< 우리 집을 찾아서 >
조영주, 조유진
2022년 12월 14일 ~ 12월 25일 


1.
이사를 가야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다 좋은 추억으로남았다. 
이사 가는 날에는 섭섭한 마음마저 들겠지. 
그렇지만 지난 2년간 이 집을 겨우겨우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냈다는 생각, 분노하고 좌절하고 애를
쓰고 타협해가며 지내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해진 예산에 맞춰 동네를 알아보고 집을 보러 다녔다. 
집마다 때로는 보이는것,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며 생활을 
가꾸어나갔던 흔적들이 가득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내가 뭐든지 믿고 좋게 생각하길 바랐다. 
결국 이사 갈 집을 구하긴 했지만 사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된 일이 없었다. 서러웠다. 
행복하게 지내는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내 집 같은 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부동산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 모두 지뢰 찾기를 하는 심정으로,
복권을 긁어보는 마음으로 그나마 나은 집을 찾아헤매고 있었다.
내 집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2.
동갑내기 사촌인 나와 유진은 어렸을 때 집을 짓고 같이 살자는 약속을 했다.
그때 그 약속은 재미있는 놀이의 일부였지, 
절실하게 붙들고 믿고 싶은 희망까지는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 멀리 떨어져 살게 된 우리는 각자 여러 번의
이사를 겪으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십여 년 뒤 이 약속을 소환해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가치나 우리 집이 갖췄으면 하는 조건은 비슷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나고 자란 공간, 우리가 꿈꾸었던 미래를
되돌아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재건축되어 사라진 옛집을 가상 공간에 재현하고 
재방문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살고 싶은 집의 도면을 
그리고 가구를 배치해 보는 방식으로 집을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집‘들은 여전히 만질 수 없고 들어가 볼 수도
없으며, 모호하고 텅 빈 공간에 떠 있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나 각종 골치 아픈 서류들, 
냉혹한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집. 그러나 그 앞에 ‘아직‘이라는 단어를 붙여 계속
우리 집을 찾아 나설 것이다. 
언젠가 우리 앞에 나타날 때까지, 
우리에게 단단한 품을 내어줄 때까지.

3.
조영주, 조유진은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두 사람은
사진과 영상, 텍스트, VR과 건축을 넘나들며 
기억과 공간에 대한 생각을 풀어나가려 한다.

-작가노트 중